롯데케미칼, 적자폭 축소와 트럼프 외교정책의 변수

By 라일락퍼플

4분기 실적 부진, 그러나 적자폭 축소 신호

롯데케미칼(011170)의 2024년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영업이익은 -2,348억 원으로 컨센서스(-1,875억 원)를 25% 밑돌았으며, 지배순이익은 -1조 60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분법 손실(-1,195억 원)과 기초소재 및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사업 부문에서 약 1조 원의 손상차손이 반영되며 실적이 부진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전분기 대비 적자폭이 줄어들었으며, 이는 몇 가지 요인 덕분이다.

  • 일회성 손실 제거: 전분기 재고평가손실(약 360억 원)과 운임 상승 비용(약 400억 원)이 사라졌다.
  • LC USA 정상 가동: 전분기 설비 트러블이 해소되며 LC USA의 영업이익이 183억 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1,253억 원 증가했다.
  • 첨단소재 부문: 연말 비수기와 고객사 재고조정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97억 원(QoQ -22%)으로 감소했지만, 예상 범위 내의 움직임이었다.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고객사 재고조정과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401억 원(OPM -21.5%)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1분기 전망: 적자폭 추가 축소 기대

2025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329억 원으로 적자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반영된 결과다.

  • 첨단소재 및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회복: 고객사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면서 가동률이 회복될 전망이다.
  • 기초소재 개선: 올레핀·아로마틱·LC Titan 부문의 경우 저가 납사 투입, 환율 상승, 운임 하향 안정화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 LC USA 둔화: 반면, LC USA는 천연가스 및 에탄 가격 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3%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외교정책이 중요한 이유

롯데케미칼의 실적 회복에는 거시적인 변수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은 러시아 및 이란산 원유를 ‘Dark Fleet’을 통해 Dubai 대비 1020달러/bbl 저렴한 가격에 조달해왔다. 러시아산 납사 또한 51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한국의 NCC(나프타 크래킹 센터) 업체들은 비용 경쟁력에서 밀리며 저율 가동과 적자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의 외교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 이란 제재 강화: 트럼프는 최근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원유 수출을 ‘Zero’로 제한하는 최대 압박 캠페인을 복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미국 재무부는 이란의 중국향 원유 수출과 연계된 금융 네트워크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 러시아 제재 완화 가능성: 반면, 러시아에 대해서는 종전을 조건으로 경제 제재 완화를 고려 중이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중국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한국 NCC 업체들이 원가 부담에서 벗어나며 경쟁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목표주가 유지, 그러나 상반기 적자 지속 전망

현재 롯데케미칼의 투자의견은 Neutral(중립)이며, 목표주가는 7만 5천 원으로 유지되었다.

현 시점에서는 상반기 적자 지속이 예상되지만, 트럼프 재선 가능성과 원유 공급망 변화 등 거시 경제적 요인들이 실적 반등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흑자 전환의 가시성이 확보되는 시점에 투자의견 변경이 검토될 전망이다.

단기 불확실성, 중장기 회복 가능성

롯데케미칼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적자폭이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크지만, 트럼프의 외교정책 변화가 한국 NCC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단기 실적 부진보다는 외교정책 변화와 시장 구조 개선 여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